사상소식지 : 200 호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퇴근길에 골목길 한쪽 일반주택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60대 중반의 노인과 30대 초반의 젊은 주부가 크게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고부간에 갈등이 폭발해 두 사람이 싸우는 게 분명했다.


문득 교훈적인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에 고약한 시어머니 밑에서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며느리가 있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생각에 용한 무당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감쪽같이 죽이는 비방을 물었다. 무당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절미)을 100일 동안 하루도 빼지 말고 조석으로 해 바치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며느리는 그 비방을 믿고 매일 찹쌀을 정성껏 씻고 잘 익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절미를 해다 바쳤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던 시어머니도 변함없는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차 며느리에 대한 미움이 사랑으로 변해 갔다. 석 달째가 되는 날. 며느리는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시어머니가 정말 죽으면 어쩌나.”


며느리는 다시 무당에게 달려갔다.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죽지 않을 방도만 알려달라”고 사정하며 뉘우쳤다. 이 모습을 본 무당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미운 사람, 성격이 안 맞아 자꾸 다툼이 생기는 사람,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 짜증나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 그것이 가족 중 누구일 수도 있고, 혹은 회사에서나 학교, 또는 어떤 모임 같은 데서도 나와 달라서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번 미움이 생긴 사람에 대해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 미움은 자꾸만 커져 결국에는 그게 갈등이 되고, 가족간에 불화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용서’라는 걸 배웠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꼭 상대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상대를 놓아줌으로써 그와 나, 두 사람이 해방 되는 것이다. 즉 상대로부터, 미운 감정으로부터 내가 더 자유롭게 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엄청난 잘못을 했는데 어떻게 용서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에게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는가? 앞으로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살 자신이 있는가?


그래서 지금 나에게 잘못한 사람도 분명 변명할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용서가 가능한 것이다.


상대방의 ‘그것 자체’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배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상대방을 미워하는 가시를 빼내는 묘약일 걸로 본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듯, 결국에 미운 시어머니에게 맛난 인절미로 공양한 며느리처럼….


전 혜 옥

(괘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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