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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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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 이승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부분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잡풀이 키를 높인 묘소는 봉분마저 감추어 버렸다. 신이 난 메뚜기만 이리저리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께 ?인사를 드린다.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커진다. 조금이라도 일을 덜자. 장갑을 끼고 묘소 주변 자라난 풀을 뽑는다. 이 풀들은 어디에서 날아와 이곳을 제 영역이라 강조하는가. 살겠다고 아둥거리는 풀들을 뽑아내기 위해 힘을 주다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시댁과 격주차로 하던 친정아버지 벌초는 몇 년 전에 중단되었다. 세종시가 들어서느라 고향 선산이 헐리고, 문중 회의를 거쳐 고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산을 구입, 문중납골당을 마련했다.
아들, 딸, 사위에 손자 손녀들까지, 팔순 중반의 친정엄마를 모시고 하던 연중행사인 벌초는 친정의 작은 축제이기도 했는데,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 속 소중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벌초는 살아생전 다 못한 효도를 마저 하라고 기회를 주는 자리다. 남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라고 가신 분들이 마련해준 자리다. 덤으로 구성진 뻐꾸기 소리도 들어 있다.
예초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가며 갈고리로 잘린 풀을 정리한다. 무성하던 풀들을 자르니 시아버님, 시어머님 인물 좋은 그 모습 그대로다.
시어머니 살아 계실 적 종종 손톱 발톱을 깎아드리던 그가 손톱 발톱을 깎듯 정성스레 봉분을 정리한다.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고, 잔을 치고, 음복을 마치자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어머니의 묏등에 손을 얹은 그.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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