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98 호

시의 풍경 <17> 마음의 뿌리

진명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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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정끝별 <세상의 등뼈> 부분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도 행렬은 줄을 잇는다. 대단한 유명세다. 젊은 부부를 따라 온 어린 것들의 칭얼거림이 심심찮게 들린다. 청송 주산지 왕버들을 보기 위한 행렬이다. 물 속에서도 무성하게 자라는 왕버들. 영화에 나온 그 몽환적인 분위기로 더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명세가 화근이 되고 말았으니, 그 모습을 보러 온 관광객들을 위해 저수지 물을 빼지 않아 뿌리가 썩고 있는 것이다. 한참 기세 좋게 자라야할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곳곳에 고사목이 눈에 띈다.
입추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바람의 색깔이 바뀌었다. 남은 더위를 마저 거둬가겠다는 자연의 의지인가. 전국적으로 폭우도 내렸다. 더위와 함께 밤잠을 설치게 하던 런던올림픽도 끝났다. 올림픽 내내 환희와 감동의 파노라마를 지켜보느라 밤잠을 설쳤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있는 날은 장소를 불문하고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TV 앞에 앉은 간절한 마음 위로 먼동처럼 함성이 솟아올랐다.
체력적인 열세를 땀으로 극복한 선수들. 메달의 높은 문턱을 실감하고 돌아서는 선수들.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울고 웃던 가슴 벅찬 환희도 안타까움도 모두 끝이 났다.
올림픽이 끝나자 각종 매체에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의 값진 결과를 앞다투어 다루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 젖은 그들의 성공기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가 감동에 젖은 이 시간에도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땀 흘리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유명세의 그늘에 가려 마음의 뿌리가 썩어서 고사목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쉬지 않고 운동에 전념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기대라고, 힘들 때 기대어 쉬었다 하라고 넓고 곧고 든든한 우리의 마음을 대 주고 기다려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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