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96 호

소중한 깨달음의 시간

 

 

가족들과 인근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다. 치매 노인들의 식사를 도와드리고, 청소·놀이를 함께 하는 일이었다.


처음 갔을 때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우리도 그 조끼를 입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조끼를 내어 주지 않아 약간 의아했다. 딸아이가 관리자 분께 여쭈었더니 웃으며 말씀하셨다.


“네, 조끼를 입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조끼를 입으면 시설 생활자와 자원봉사자가 구분이 되잖아요. 하지만 그건 괜한 편가름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급적 조끼를 안 입고 똑같이 하는 게 좋을 듯해서 저희들은 조끼를 권하지는 않는답니다.”


참 생각 깊은 배려였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이라 여겨졌다.


곁에는 중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도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으나 노인들과 놀이를 하면서 친할머니와 같은 분들이라는 생각에 차츰 바뀌는 것 같았다.


오래 전부터 봉사활동을 했던 나도 처음에는 보육원, 양로원의 허드렛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힘들었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방 청소, 목욕 보조에서 생활자금 후원 등 작은 정성을 전달하다 보니 점차 마음이 바뀌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내 가족만 위하고 이기적으로 생활했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나의 작은 도움으로 환하게 웃는 분들을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복지시설에서 본 학생들이 학업을 모두 마치고 사회 구성원으로 나갔을 때, 청소년기에 열심히 봉사활동했던 기억을 살려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봤다.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그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치매 노인 분들과 함께한 그날, 가족과의 따뜻한 정이 새삼 중요하게 와닿아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들을 얻어 올 수 있었던, 또 한번의 소중한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이 영 희
(엄궁동)

OPEN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