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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바로 옆에 칠순 노인 두 분이 다정스레 말씀을 나누셨다. 그 중에 한 분은 휠체어를 타고 계셨다. 두 분이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됐다. 휠체어 할아버지는 몇 년 전 중풍을 맞아 그렇게 되셨다고 한다. 몸이 정상이신 할아버지는 친구인 중풍 할아버지가 혼자는 어딜 가지 못해 답답하다 하시니까 일부러 휠체어를 밀어주셔서 두 분이 외출을 다녀오시는 거였다. 참 우정이 깊으신 두 분이었다. 그런데 두 분의 대화 내용, 그 중에서도 휠체어를 타신 할아버지의 하소연을 듣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 할아버지의 속상한 사정은 이랬다. 3년 전쯤 중풍을 맞아 반신을 못 쓰게 돼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능했다. 병원 생활이 지루하고 답답하지만 아들 3명이 모두 기반 잡느라 아버지를 모실 방이 없다며 고개를 젓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병원신세를 진지 2년이 넘었다고 하신다. 그러나 병원에서 참고 견디다 못해 결국 친구 분한테 전화를 걸어 “나, 이러다가 미쳐서 죽을 것만 같다”고 하소연을 해서 친구 할아버지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밀어 잠시 바깥바람 쐬고 돌아오시는 길이었던 것이다. “머, 이젠 병원 밥이라카믄 질리삔다.” “예끼, 이 친구야. 그냥 감지덕지 하구 살그라. 그것도 못 먹는 노친네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두 분의 대화는 젊은 아들뻘 되는 내가 옆에서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죄송했다. “오래 산다고 반길 사람 하나도 없는데… 우리 아들도 메누리(며느리)편 된지 오래 됐다.” 그나마 건강하신 할아버지조차도 집에서는 며느리 눈치 보며 사신다는 푸념. 죽은 듯이 사는 게 최고라는 자조 섞인 말씀… 늙으면 병원 말고는 갈 곳이 없다니. 노인병원이 어쩔 수 없이 현대판 고려장 터가 돼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어렵던 시절, 산업 현장에서 맨손으로 우리나라를 일구신 분들인데… 이 시대 젊은이들이 지켜야 할 진정한 효도라는 덕목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신 두 분 말씀. 할아버지의 말씀에 깊고 무거운 죄송스러움이 들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오 정 환 (주례3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