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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주(시인)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곽재구 〈새벽편지〉 부분
아련한 소리에 깬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일까. 이스탄불의 새벽, 커튼 틈을 밀치고 들어서던 신비롭고 구슬프던 그 아잔소리를 닮았다. 깨어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마음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한없이 여려진다. 전원 스위치 옆 빨간 불빛이 깜빡인다. 빨간 불빛을 보다가 계림의 골목에서 마주친, 뒤가 헐은 개를 떠올린다. 구경을 마친 일행이 타고 온 버스를 향해 달음박질치는 그 순간, 나는 왜 발을 멈추었을까? 황망히 서 있는 퀭한 개와 눈을 마주쳤을까? 주린 뱃가죽은 이미 등에 달라붙었고, 벌겋게 헐은 뒤는 자리를 넓혀 금방이라도 땅으로 쏟아질 기세였다. 개의 형상 때문인가.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알지 못할 무언가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답답함은 좀체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 중국 최고의 명절인 춘제 마지막 날,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마음들이 밤늦도록 폭죽을 터뜨린다. 침대에 누워 창 밖 화려하게 피어나는 불꽃을 본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개도 마찬가지일터. 밤하늘을 밝히는 저 불꽃이 아픈 몸을 핥고 있는 개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위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커튼을 밀치고 창을 연다. 새벽이 제 커다란 품을 펴고 자애로운 입맞춤을 한다. 상처받은 뭇 것들이 움직인다. 그 속에는 내가 미처 돌보지 못하고 지나친 모습도 섞여 있다. 늦었지만 손을 내민다. 따뜻함이 전해진다. 오랜 아픔을 딛고 다시 사랑에 빠진 친구가 수줍게 말했다. 이 나이에……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말갛게 웃는 친구의 눈빛이 새벽별을 닮았다. ‘별 하나가 반짝인다’로 시작되는 편지를 쓴다. 새 출발을 축하한다. 맘껏 자랑하라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나도 따라 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