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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아빠, 이거 해줘.” 주말 아침, 소파에 누워 TV와 씨름하고 있는 내 얼굴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불쑥 내민 노트. 거기에는 자녀에게 편지쓰기와 자녀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를 써야 하는 숙제가 담겨져 있었다. 내겐 꽤나 ‘난이도’ 높은 귀찮은(?) 과제였다. 아이에게 “정직해라, 건강해라, 공부 열심히 해라” 등등 이런저런 당부의 말로 낑낑대며 1시간 넘게 편지를 써 내려갔다. 하지만 모처럼만에 편지를 쓰면서 아들과 딸에게 미안했던 일과 함께 사랑한다는 고백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보지 못했던 딸과 아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하나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아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를 만들어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쥐어짜도 10가지를 넘기기 어려웠다. 방에 들어가 결국 컴퓨터를 켜고 다른 아빠들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커닝(?)하기로 했다. 컴퓨터 스위치를 넣으면서 책상에 앉아 잠시 생각을 떠올려 봤다. 그동안 나는 ‘나만큼 자녀에게 잘하는 아버지가 어디 있는가’라며 자부해 왔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남들에게 내세울 만큼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조금만 더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세심한 관심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자녀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를 손쉽게 쓸 수 없다는 자괴감 보다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미안했다. 이 숙제 하나조차도 시원스럽게 마칠 수 없을 정도라면 나는 정말 부족한 아빠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버지는 참 대단하셨다. 고3때 새벽같이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갔던 나에게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2개를 1년 내내 학교 수위실까지 배달하고 출근하셨던 그 시절 보기 드문 자상한 아버지이셨으니…. 반나절이 걸려서야 아이의 숙제를 마치고 나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글이 떠오른다.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임 중 선 (학장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