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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혜숙 〈배냇머리를 밀다〉
진명주(시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고 열어두겠다 ………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 김경미 〈오늘의 결심〉 부분
작년에는 그곳 어디 동참했을 새해 첫날 해돋이를 TV로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향해 두 손을 비비며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죠.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길 빌고, 취업준비생들은 사회초년생을 꿈꾸죠. 내 집 장만이 꿈인 서민들. 작은 점포 하나 얻길 바라는 노점상들. 하루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 바라는 환자들. 해마다 연초에 하는 간절한 기원들이 불과 며칠 되지 않아 흐지부지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해가 되면 전년도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결심들을 가지고 다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 것이지요. 올해는 어떤 다짐으로 한해를 열었나요?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고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은 올해도 남모르는 선행을 베풀며 살겠지요. 눈치껏 웃고 눈치껏 답하는 사람들이 먼저 앞서가는 세상의 벽. 그들의 결심이 세상의 벽에 부딪쳐도 부디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 꼭 나인가? 하는 자기연민이나 반문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느 길목에선가 와르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허허 웃은 적이 있나요? 그저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데, 커다란 욕망에 사로잡히지도, 화려한 조명을 꿈꾸지도 않는데, 우직하게 한 길을 걷는 이들을 세상은 왜 외면하는 것일까요? 올해는 감히 거대한 의미의 건강을 꿈 꿔 봅니다. 개인의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의 건강, 나아가 나라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그래서 착하고 우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자존감을 잃고 자기 비하에 빠지거나 세상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괜찮다고……, 그런 일도 몇 번 단련되다 보니 어느새 자생의 힘이 생겼다고, 투덕투덕, 몸과 마음 다시 추스르고 일어나 걸어가는 건강한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