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90 호

한 해를 보내며…

 

노 중 태
명예기자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기술문명이 이룬 속도경쟁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왔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께 바쁘다는 핑계로 문안 전화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속도경쟁은 따뜻한 인간관계, 가족 간의 사랑, 애틋함, 여유, 평화, 신뢰 등을 희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속도경쟁에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빠름은 욕망과 일치한다. 조급함, 과욕, 부귀와 권세, 명예를 중시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기 쉽다. 행복은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채우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것은 삶의 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욕심을 채움에는 끝이 없고, 더 많이 갖는 것에는 다함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리듬이 있다. 새순이 올라오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며,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은 리듬에 따라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때를 맞춰 이루어진다. 자연에서의 삶은 느림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 사람의 들숨과 날숨, 한가로이 걸을 때의 평화로움, 그리고 자유를 생각해보라.
느림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느림은 비움이다. 비움은 욕심을 덜며 사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니 허물이 줄어들고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 음식 욕심을 버리니 비만에서 멀어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물욕을 버리며 사니 사는 것도 소박해진다.
천천히 걷기, 책 읽기, 조용한 음악 듣기, 파도소리 바람소리 즐기기, 명상, 단전호흡, 찻물 끓이기, 시골길 걷기, 옛 한옥 감상하기, 템플스테이…. 이런 것들은 느림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느림은 쉼이고, 여유이고, 한가함을 추구한다. 억지로 하는 느림이 아니라 즐겁게 받아들이는 느림이라야 진정한 행복이다.
임진년 새해에는 느림과 같이하는 한 해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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