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88 호

할머니의 손주 사랑

 

 

누님과 함께 사시는 칠순을 넘기신 어머니.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자식들 마음은 항상 조마조마하다.
어머니는 손주이자 하나밖에 없는 2대 독자, 즉 내 아들을 극진히 아끼신다. 그런데 얼마 전 누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놀랍게도 어머니가 멀리 포항 바닷가에서 현역 군인으로 근무하는 손자 면회를 다녀오셨다고 했다.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아 얼마 지나면 가야지 하면서 부모인 우리 부부조차 면회를 가지 않았던 터였다.
“어무이, 거길 어떻게 혼자 다녀오셨어요? 다리도 불편한데.” 머리를 정리한 뒤 득달같이 전화를 드려 여쭈었다.
“머 어렵나. 물어물어 안 갔나. 애기들이(손주와 군대에 있는 군인들) 억수로 더운데 고생하더라. 담번에 너더러 면회 오라카더라. 언제 늬덜도 함 가바라. 애가 홀쭉해졌두만….”
노구를 이끌고 그 먼데까지 다녀오신 뒤 손주 걱정부터 하시는 어머니.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어머니는 맞벌이하는 누님 부부가 출근한 직후 혼자서 몇 시간 동안 시외버스를 타고 손자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손주가 근무하는 부대를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당장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지.
어머니는 꾀를 내셨다. 택시를 타고 파출소로 가자고 했고, 경찰관더러 다짜고짜 손자가 근무하는 군부대 주소와 이름을 대면서 찾아달라고 했단다. 군대 간 손주를 보기 위해 멀리 부산에서 오셨다는 노친네가 걱정된 경찰은 친절하게도 군부대 위치를 수소문해서 확인한 끝에 다시 어머니를 손자가 있는 군부대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다는 것이다. 정말 ‘할머니는 사랑을 싣고’였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며칠 만에 생각지도 않던 할머니께서 면회를 와 불고기를 사주셨으니 아들놈은 반가움과 고마움에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고 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 먼데까지 친히 찾아가신 할머니셨으니… 불고기 맛도 그만한 게 있었을까.
에구… 우리 어머니 손주 사랑은 못 말리겠다.

 

유 병 화

(덕포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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