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86 호

詩의 풍경 <5> 생의 찬가

 

 

 

진명주(시인)

 

...
하루가 긴 날이 있고
짧은 날이 있다.
사는 것이 잠깐이다.
하는 짓들이 헛짓이다 생각하면,
사는 일이 하나하나 손꼽아 재미있다.
상처받지 않은 슬픈 영혼들도 있다 하니,
생이 한번뿐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
내 곁에 앉은
주름진 네 손을 잡고
한세월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
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
무슨 낙이 있을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새벽이다.
삶에 여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맑은 새벽에도 움직이면
덥다.
            김용택 〈삶〉 부분

 

 

 

“생명이 있는 것을 둘러보면 사람만큼 오래 사는 것도 없는 듯하다. 하루살이는 저녁을 넘기지 못하며 여름에 우는 매미는 봄가을을 모른 채 삶을 마감한다. 차분하게 한 해를 살다보면 그 시간조차도 꽤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 일본 수필문학의 최고봉인 요시다 겐코의 글을 읽는 그 순간에도 창밖에는 봄가을을 모르는 매미가 하염없이 울어댄다. 오늘따라 그 울음소리가 더욱 처연하고 구성지다. 책을 덮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소리, 아이들 노는 소리, 그리고 자지러질듯 새의 울음소리가 섞여 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건너편 아파트 20층이 넘는 베란다 창 발코니에 새 두 마리.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며 울고 있다. 무슨 일이지? 시선이 아래, 위 새들의 동선을 따라가지만 도저히 감 잡을 수 없다. 그렇게 한참을 애달피 울던 새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떠들던 아이들도 사라지고, 목청 높은 매미소리만 남는다. 그럴밖에. 열흘 남짓 살기위해 보낸 세월이 7여년이다. 울음소리가 클수록 더 많은 짝짓기를 할 수 있다하니 그들의 울음은 생의 찬가다.
울고 있는 매미에게 시끄럽다고 왜 뻐꾸기나 종달새처럼 사랑스럽게 울지 못하냐고 말할 수 없다. 날개를 파닥거리며 자지러지게 울며 아래 위를 오르내리던 새들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게다. 몸을 태아마냥 동그랗게 말고 누워 매미소리를 벗 삼아 하늘을 본다. 덥다. 아래 위층 틀어놓은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와 매미소리가 뒤섞인다. 시간이 갈수록 매미소리는 커져간다.
아름다운 시절은 늘 급하게 사라지고 현재는 도착하지 않은 미래를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한 번 뿐인 제 생을 위해 매미는 저리 목 놓아 우는데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는 몸에 잔뜩 힘만 주고 있다. 운동에 앞서 가장 중요한 일이 몸에 힘을 빼는 일이라고 운동광인 그가 운동치인 내게 일러준다. 정작 그의 충고 때문이 아니라 근육통을 동반하는 호된 꼴을 당하고 나서야 겨우 힘이 조금 빠졌다. 힘을 빼야할 일이 어디 운동뿐이랴. 팽팽히 잡고 있는 삶의 고삐를 내려놓는다. 힘을 빼고 나니 사는 일이 흐르는 개울물에 낯을 씻은 것처럼 말개진다. 하루하루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폭주족처럼 속력을 높이던 열정이 폭염같이 이글거리던 사랑이 주춤거린다. 먹고 사는 일이 기가 막히다. 소박한 마음으로 내 삶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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