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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이맘때네요.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주말 아침…. 당신께 찾아뵈려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데, 급한 전화가 왔어요. 쓰러지셨다는…. 6월초 당신 생신 때 기력이 약해 보이셔서 걱정은 됐지만 늦둥이라며 막내인 저를 그토록 예뻐해 주시고 사랑하셨던 당신은 결국 이 불초한 아들의 인사조차 받지 못하신 채 가셨어요. 시골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천생 농사꾼이셨던 나의 아버지. 소에게 먹일 꼴을 베다 아들에게 주시겠다며 산딸기를 따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을 고비를 넘긴 일, 밭일을 하다가 막내아들과 들판에서 급하게 ‘방뇨’할 때 “녀석 고추도 많이 영글었구나” 하셨던 아련한 추억, 전과를 사주시겠다며 장터까지 6㎞를 걸어서 다녀오신 지극 정성과 사랑. 저는 그 기억들 하나도 잊을 수 없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을 떠나보낼 맘의 준비를 하나도 안했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일찍 가시다니요. 먼저 오셨다고 먼저 가셨습니까? 당신이 떠나신 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가슴을 밀고 들어오는 뭉클한 그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 적도 많았네요. 이젠 가까이 계시지 않아 그리워서 떠올리고 찾아도 보지만 당신이 곁에 아니 계시니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은 진정 견디기 힘듭니다. 그저 한때 꽃 피우고 시들었다 하여 구석에 버려두었던 화분에 국화를 심고 가꾸고 꽃을 피워 보니 그동안 제가 드린 효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듯 했습니다. 마치 잠시 출타를 나가신 것처럼, 지난날 아버님께서 쓰셨던 물건들을 뒤적이기도 하고 낙서가 든 수첩을 열어도 봅니다. 몇 년 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당신과 제가 참으로 행복했음을 떠올립니다. 크게 말하거나 드러내지 않았어도 먼저 가신 어머님, 그리고 우리 5남매, 모두가 진정 행복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었음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만들어준 너무나 큰 그늘 아래, 우리 가족 모두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리운 당신, 돌아오는 기일 날 아이들과 함께 선산으로 찾아가 다시 뵙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아버지….
김 용 권 (모라3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