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82 호

詩의 풍경 <1> 우리들의 행복점수

 

 

      진명주(시인)


   누구나 다니는 길을 다니고
   부자들보다 더 많이 돈을 생각하고 있어요
   살아 있는데 살아 있지 않아요
   헌 옷을 입고
   몸만 끌고 다닙니다
   화를 내며 생을 소모하고 있답니다
   몇 가지 물건을 갖추기 위해
   실은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어요
   충혈된 눈알로
   터무니없이 좌우를 살피며
   가도 가도 아는 길을 가고 있어요
       ――――  문정희 〈요즘 뭐하세요〉 전문    

 

 

와우∼. 화분에 물을 주다가 바늘끝처럼 터져 오르는 저이나의 새 순을 발견했어요.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해마다 나는 이렇게 처음인 듯 놀라 탄성을 지르곤 하지요.
저이나는 특별히 이쁠 것도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꽃나무예요. 그러나 그 어느 화려한 꽃나무보다 오래 나를 끌어당기고 있죠. 여름에는 청춘 같은 가지끝에 실밥처럼 꽃을 매달고, 가을엔 작은 잎들이 오종종 단풍을 다는 모습이 여간 대견하지가 않아요.
하지만 저이나의 매력은 따로 있지요. 늦가을부터 잎을 떨구고 그 여리디여린 가지만으로 겨울을 견디는 모습은 족히 인상적이죠. 봄이 와도 묵묵히 빈 가지로만 있어 처음에는 죽었나 놀래 화분을 쏟아본 적도 있었어요. 그러던 것이 어느 날 끄응, 그 두꺼운 가지를 헤치고 바늘끝 같은 파란 순을 내미는 걸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삶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바로 가고 있나 의심하는 버릇도 접게 되고 불평이나 욕심도 던져 버리게 되지요.
한 떼의 아이들이 광장을 빠져 나가고 있네요. 그들이 쏟아놓는 함성이 우우 광장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어요. 저들은 지금이 자신들의 푸른 시절인 것을 알고 있을까요. 자신들의 생애에서 가장 윤이 나게 푸르러야할 시기에 있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이 이 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네요. 그들에게도 반들 윤이 나는 푸르른 희망이 있었을 텐데요. 그 희망의 가지끝 꿈틀, 가느다란 움이 싹 트기도 했었을 텐데요, 지나친 학점경쟁이나 1등만을 요구하는 사회는 결국 그들을 사지로 내몰고 말았네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어느 단체에서 우리나라 성인들 천명에게 자신의 행복점수를 물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68.1점을 줬다고 합니다. 그 설문조사에 참여했다면 나는 과연 몇 점을 주었을까요? 남들 먹는 만큼 먹고, 남들 사는 만큼 살려고 아둥대는 내 모습에 킥, 웃을 때가 있어요. 남들도 똑같이 나처럼 킥, 킥 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바늘끝처럼 작고 여린 새순들은 머잖아 푸른 잎을 키우겠지요. 늦게 잎이 나고 더디 꽃이 필지라도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저이나, 그 작은 의지 앞에서 누군가는 가열찬 생의 의지를 배우겠지요. 행복은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바로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손뼘 크기의 작고 여린 저이나가 올 봄에도 내 마음을 일깨워 주네요.

 

진명주 시인 약력
▲1996년 부산문인협회 주관 〈문학도시〉에 등단 ▲2000년  ‘현대시’에서 시집 『소리없이 새는 것이 있다』 상재 ▲2000년∼2007년 시 전문 계간지 〈신생〉 편집장 역임 ▲현재 『작가와 사회』 편집위원, 문예지와 일간지(부산일보, 국제신문 등)에 다수의 작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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