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77 호

詩가 있는 窓 116 - 새벽에 깨어나

 

박윤규

 

(줄임)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곽재구 詩, 〈새벽편지〉 중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겨울나무가 마른 몸으로 죽은 듯 버티고 서더라도, 매운 세상의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일어나 봄이면 촉촉한 잎 틔우는 것은 그 안에 젖은 수액을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안에 가난한 샘 하나 출렁이게 하는 일인 것을.
정말 사랑을 하는 사람은 어둠이 즐거워진다. 어둠 속 홀로 깨어나 새벽이 올 때까지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 안에 출렁이는 샘 하나 품어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네가 곁에 없어도 즐거운 것이다. 깊은 어둠의 품에 안긴 듯 한없이 아늑해지고 하늘의 별이 그대로 멈추어 있지 못하듯 가슴은 저도 모르게 팔딱이는 것이다.
이 평화로운 밤이 나는 무한으로 지속되었으면 하고 바라지마는 그러나 아침이 오는 것을 또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날이 밝으면 거대한 세상의 일상 속으로 나는 당당히 걸어나가리라. 길을 막아서는 차가운 겨울바람도 나를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가는 힘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니고는 내 길을 돌려세우지 못할 것이다.
아침의 햇살은 건물의 외벽을 쓸고 피곤하거나 낡은 손길로 사람의 머리 위에 내리리라. 사람들은 옷깃을 세우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끌어올리면서 일상의 현장으로 걸어갈 것이다. 아, 그러나 사랑을 가진 사람은 그 무거운 도회의 하늘에 재재거리는 새소리를 들으리라. 나무에게서 나무에게로 향하는 사랑의 말을 엿듣게 되리라. 여린 겨울햇살 받고 피어난 작은 꽃의 향기를 기억하리라. 그리고, 그 나무의 새의 꽃의 아름다운 언어로 한편의 시를 쓰리라.
그러므로, 사랑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흥정을 하고, 약속의 말을 하고 남과 심하게 다툴 때에도 그는 시인의 언어로 말할 것이다. 차가운 밤하늘에 홀로 반짝이던 별들의 힘으로 그는 그럴 때에도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더 기운나게 싸우고 더 기운나게 걷고, 누가 보건말건 어쩌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무엇이겠느냐.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의 노래는 무엇이겠느냐. 어둠 속 홀로 깨어나 나는 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창 앞에 가득 다가온 어둠조차 이리 반갑고 귀한 것을.
아, 내 안에 미친 듯 사랑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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