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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규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루나무 숲을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이지요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을 막지 않으며 제게서 가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그들의 눈 속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이성복 詩, <강-1> 전문
말없이 오래 강물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강물에 비친 제 모습이 잠시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되어 보이기도 하고, 나뭇잎이 팔랑 떨어져 내리면 그 강물에서 가슴이 하얀 물새 한 마리 날아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강물은 흘러 나무들의 밑둥치만 적시고 가는 것이 아니다. 강물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으로 흘러간다. 저가 길을 내고, 그 길을 또 곧장 따라가는 것이다. 그 강의 원천을 따지는 것은 사람의 무지이거나 아니면 탐욕으로 가늠하여질 뿐이다. 고독한 순례자여! 애초에 강은 시작되지 않았으며 또 강은 흐름을 끝내지 않는다. 광활의 바다에 닿아서도 강은 그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다른 모든 강들과 몸을 섞어 끊임없이 또 다른 해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강은 내부의 벅찬 힘을 일으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삶이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강물에 발이라도 담가 보라. 어느 사이, 우리의 몸에는 우리가 모르던 작은 물관같은 것이 생겨나, 그 벅찬 힘은 몸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것이다. 막혀 있던 혈관에 다시 새 혈류血流를 풀어놓고, 처음 사랑을 느끼는 사람처럼 가슴은 두근거리리라. 물의 보드라운 살이 사람의 살을 쓰다듬고 흐르면 그때 몸에서는 맑은 물내음이 번져나리라. 강은 제 몸에 띄워준 나뭇잎 한 장이라도 고이 받들어 함께 길을 떠난다. 그 나뭇잎에게 붉은 노을도 보여주고 반짝이는 새소리도 들려주며,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 않고 흘러 바다에 이르러서는 그 나뭇잎을 자유로이 풀어주는 것이다. 어디로 가든지 너의 길을 가라……. 바쁘게 결별하지는 않더라도 결별한 후에 미련쯤 가지는 법이 없는 존재. 강은 수행하는 사람이 기울여야 할 모든 덕을 가졌다. 결코 절망하지 아니하고 세상을 혐오하거나 찬탄하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온전히 정화하는 힘을 가졌다. 한없이 부드러우나 또 한량없이 강한 힘으로 모든 것을 감싸주고 모든 것을 내어줄 줄 안다. 강이 쓸쓸해 보이거나 하는 것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일 뿐이다. 이른 새벽의 강이라고 해서 어둠의 냄새가 나는 법이 없다. 강은 아무리 캄캄하고 굴곡진 길을 걸어왔을지라도 고단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강을 만나고 온 날에는 나도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아서, 안 하던 옷 정리를 하고 방청소를 한다. 보지도 않던 책들을 꺼내 뒤적거려 보기도 하는 것이다. 괜히…….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