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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촌스럽다는 게 뭐야?” “응, 그거….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말투 뭐 그런 게 좀 어눌하고 잘 어울리지 않아 우습게 보인다는 거 아닌가?” “응, 그럼 엄마가 촌스럽다는 거네.” “뭐? 뭐라꼬? 누가 엄마 촌스럽대?” “아침에 엄마랑 나랑 슈퍼 갔을 때 본 친구들이….” ㅋㅋㅋ 웃음이 나왔다. 일요일 아침, 초등학교 6학년 딸내미가 제 엄마와 하는 대화를 듣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종갓집 장남한테 시집 와서 딸만 둘을 낳은 뒤 안 되겠다 싶어 늦둥이를 낳았는데 또 딸이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셋이 되었는데 아침마다 남편에 애들 셋을 챙기다 보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게 된 아내. 그런 아내에게 다정다감하거나 집안 살림에 조금 보탬이 되도록 청소와 빨래 설거지 같은걸 도와주는 남편이 못돼 늘 미안했는데…. 어쨌거나 아내를 본 아이 친구들의 표현이 “너희 엄마 촌스러워”였다는 것이다. 먹이고 씻기고 공부 챙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머리도 제대로 못 빗게 되고 추리닝에 대충 슬리퍼 신고 돌아다니던 아내가 떠올랐다. 결국 우리는 아내가 공개적으로 촌스러운 엄마가 되었다며 웃었다.
그 한 달 후 쯤, “엄마, 엄마. 낼 우리 아빠랑 진안 마이산 가기로 한거 아시죠? 엄마, 맛난 김밥 싸주세요.” 아이들이 오랜만에 가족여행 가기로 한 전날부터 보채며 호들갑을 떨자 아내는 촌스러움을 면해보려는지 어느새 목욕탕까지 다녀오고, 아침에는 그동안 구경도 못하던 빨간 립스틱까지 바르며 예쁘게 꽃단장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우리 가족은 진안 마이산으로 향했다. 아주 이른 새벽에 출발해서 그런지 그런대로 초행길 치고는 아주 단번에 제대로 도착을 했다. 이갑룡 척사께서 홀로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고 하는 한국의 7대 불가사의 진안 마이산. 처음에는 그 정교함과 황홀함에 탄성을 질렀지만 사실 내가 더 기쁘고 행복했던 것은 정말 우리 가족이 함께 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마이산에서 숯불 바비큐로 허기를 채운 우리 가족은 남원 광한루로 향했다. 아∼∼ 춘향이와 이도령의 그 옛날 연인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물씬 풍겨지는 곳 광한루. 춘향이 사당을 들어가는데 작은 글귀가 보였다. ‘이곳을 들어가는 사람은 백년해로 한다’고…. 문득 그거 참 괜찮은 문구라는 생각과 함께 부부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 한번 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11살짜리 막내보다 더 신나 하는 아내. 왜 진작 몰랐을까. 아내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은 정말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어린애처럼 팔짝 팔짝 뛰며 사진도 찍고, 카메라 앞에 설 때는 어느새 잡지 모델 이상으로 포즈를 취하는 센스까지. 해외여행이 다 무슨 필요인가. 가족 간에 애틋한 정을 나누며 기뻐하고 행복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랜만의 여행길, 서로 간에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걸 보니 이게 바로 사는 맛 아닌가 싶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사람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 아닐까. 담부터는 더 짬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 자주 나들이를 좀 해야겠다. 그냥 놔두면 우리 아내가 더 촌스러워(?)지니까. ㅎㅎ….
김 만 석 (모라1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