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72 호

詩가 있는 窓 111 - 밥상에 앉아서

 

 

 

박윤규

 

내 밥그릇 위에 앉아서
손발이 닳도록
용서부터 비는 파리여
이 밥 한 그릇
아무 뉘우침 없이 받아든
나는 누구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하나
숟가락부터 잡아드는
파리만도 못한 나는
             복효근, 「파리를 위하여-1」 전문

 

일금 천원이면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다이소’ 가게에 가서 중국에서 건너온 전자모기채 하나를 샀다. 스위치를 누르고 그 배드민턴 채처럼 생긴 것을 파리나 모기 같은 살아있는 것에게 대면 따닥! 하고 파란 불꽃이 튀면서 한번에 나가떨어진다.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낮에 후텁지근한 햇살 아래서 나는 또 그것을 휘둘러 몇 마리 날파리들의 목숨을 낚았다. 따닥! 따닥!
안 그래도 하루를 살다가는 하루살이이니 뭐 그렇게 나에게 원망할 일은 없을 거라. 하루를 사는 것이나 반나절을 사는 것이나 뭐가 다르랴.
그래도 눈 크게 뜨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그 작은 몸에 전류가 흘러 따닥! 하고 불꽃이 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 작은 몸에도 숨어있을 혈관, 그것을 타고 흘러다녔을 혈액…….
나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그늘 아래 나무벤치에서 쉬고 있다. 나를 산들산들 스쳐지나는 바람을 기분좋게 느낀다.
그러나 이 휴식이 오래 가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일상은 나를 거들먹거리거나 안락한 상태로 두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니까. 밥 한 그릇을 챙기기 위해 나는 내 손과 발을, 생각을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데로 움직여야 한다. 연속적으로.
내 밥그릇에 앉은 파리여. 그는 손발이 닳도록 용서를 빈다. 하루의 죄업을, 아니면 한 시간의 죄업을 그렇게 많이 쌓았는지. 팔을 휘둘러 그놈을 쫓아 보내려다 그냥 둔다. 저렇게 처절히 용서를 비는데 누군들 어떤 신神인들 그를 뿌리칠까. 제 얼굴을 온통 덮어버리고도 남을 검고 큰 두 눈을 똘망거리면서 그놈은 아직도 수행 중이다. 저러다 밥공양은 언제 하려는지.
파리는 필시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다른 어떤 대상에게도 아니고 그저 제 자신에게 수없이 고개 숙이고 손발을 비벼대는 중이다. 나는 어떤 반성도 용서 구함도 없이 저 밥 한 그릇에 손을 댈 자격이 있는지.
저 검은 파리 한 마리가 나보다 먼저 밥그릇에 앉아 손발을 비벼대는 것이 다행이다. 그가 오기 전에 평소처럼 아무 생각없이 내가 밥 한 그릇을 씻은 듯 비우지 않아 다행이다. 그는 손발을 비비대다가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것인지, 얼굴을 툭툭 건드리기도 한다.
참 귀한 모습이다. 반성도 없이,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온 사실이 부끄럽다. 저 작은 목숨의 간구懇求가 넘쳐나 그를 곁에 두고 가만히 있는 나의 죄업도 조금 씻어지기를…….
나의 뒷모습은 어떠할까.
차마, 밥 한 그릇을 두고 앉아서,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난생 처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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