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6 호

詩가 있는 窓 105 - 사막이거나 진창이거나

 

 

 

박윤규

 

 

어느 날, 나는 내 손,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펼쳐들고
허공의 바다를 휘저어가는
지느러미라 상상했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
들리지 않지만
(줄임)
다섯 발가락 펼쳐들고
땅 위의 바다,
질척이는 바다 속 개펄은
코를 들 수 없는 진창이 드러나
내 발의 지느러미를 짓뭉개 놓았다
유배 떠난
바다의 그림자를 밟고
떠도는 지느러미
             김규태, 「손 지느러미」 중에서

 

 

그런 적이 있었다. 낙타를 타고 타르 사막을 터벅터벅 걸어가던 일.
사막의 밤에 별들은 초롱초롱 꽃을 피웠거나 네 눈을 꼭 닮아 있었다. 그 모래언덕에 제멋대로 누워 나는 영원한 죽음을 꿈꾸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꿈꾸었던 것은 영원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유성이 그대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어둠을 밀고 몸을 일으켰다. 굄치에 넣어 두었던 과자 부스러기처럼 모래알들이 나로부터 줄줄 흘러내렸다.
빗물을 받듯, 나는 손바닥을 펴 떨어지는 유성 몇 개를 받았다. 형체는 없고 눈부신 자국들만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환상이었을까. 그 짧은 간격에 ‘푸르르~’ 낙타의 숨소리가 끼어들었다.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밤의 사막 위로 싸늘하고 수상한 기운이 훑고 지나갔다. 내 의지로 이 사막을 벗어난다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쯤 해서, 내가 딛고선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허공이다.
어쩌면 나는 밀고 밀려서 머나먼 유배의 행군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손가락 발가락들을 움직여 보았다. 어디서 자꾸 출렁출렁 물소리가 들렸다. 유영하듯, 나는 손과 발을 휘저었다.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자꾸 숨이 가빠왔다. 목이 말랐다.
어둠 속에서 인디오의 구성진 노래소리가 들렸다. 끊어질 듯 다시 이어져가는 그 노래소리. 아, 그 소리가 없었더라면 나는 내 마지막 기력으로 나를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바닷물결과 싸우면서 내가 지쳐가고 있었을 무렵 동이 터오고 있었다. 낙타의 숨소리가 잦아지기 시작하였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유성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딛고선 세상도 점차 굳어지면서 나의 무게를 지탱하기에 충분하였다.
살아있는 것은 위대한 것이다. 일상의 매순간이 수많은 결단과 착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냐. 죽음의 그림자가 쉴새없이 눈을 부라리고, 늘 함께 해 주리라 생각했던 이들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앉아 꾹꾹 그리움을 삼키며 이를 악물며 걸어온 길이다.
세상은 언제 출렁이는 바다가 될지 뜨거운 사막이 될지, 아니면 진창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 밤의 모래언덕에 누워 혼자였듯이, 고층건물들 사이로 비쳐든 햇살 받으며 앉아있는 나 역시 혼자인 것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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