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5 호

詩가 있는 窓 104 - 위험한 사유思惟

 

 

 

박윤규

 

 

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앞에 내려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수평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 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이어놓은 땅구멍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한 마리 잠자리가 만들어놓은 이 수평 앞에
내가 세워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내신다
           문태준 시, 「수평水平」 전문


 

그런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다!
오종종종 낙엽이 달려나가고 그 구르는 낙엽과는 아주 무관한 듯 바람이 한번 휘익 불었다 사라져가는 오후. 내가 수상해서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에도, 어느 은밀한 곳에서 세상을 흔드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 것이다. 가령, 나무벌레들이 내는 기묘한 소리의 파장이라든가 허공을 날으던 비닐봉지가 어느 집 담벼락에 가서 딱 붙어서는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는. 그 사소함 때문에 겨울이 깊어가기도 하고 하루해가 지기도 하고 구멍가게 아저씨와 낯선 택시기사가 저리 싸우는 일도 일어났을 것이다.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내 머릿속이 미치도록 환해졌다든가 하는 일 말이다.
위대함을……, 위대한 삶의 경전을 우리는 수시로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몸집만 부풀려진 것들에 대하여 너무 큰 관심(이건 관심이 아니라 탐욕이겠으나)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주 작은 것들의 세상에서 천지의 질서가 배어나오고 아주 단순한 법칙에 천하의 순리가 들었을 것인데.
나는 늦은 가을 햇볕 속 바위에 앉아 양팔을 옆으로 크게 벌린다. 눈은 앞으로 고정하여 두었으며 모든 생각은 정지시킨다. 나는 정말 정신나간 사람일 수 있겠으나(이 복잡한 세상에 잠시 정신 한번 나가보는 것쯤 어떠랴 싶다), 내 어깨 위에 하늘의 묵직한 무게가 실려온다. 거기 낙엽 한 장 날려와 무게를 더한다.
모든 바람은 나를 뚫고 지나갈 것이다. 세상의 찬사와 비난과 또 찬란한 가을 저녁의 햇살도 내 몸을 뚫고 지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허공이다. 우주다. 내 몸은 가볍게 허공이 되어 떠오를 것이다.
검은 비닐봉지가 다시 허공을 난다. 저것도 은빛 잠자리의 날개처럼 파닥거리며 허공으로 떠올랐을까. 그래, 나를 지치게 하던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시간이다. 정지할 줄을 모르는 시간의 탓인 게다. 1년이나 10년이라는 아주 극적인 순간의 시간을 울다가 웃다가 사랑하다가 미워하다가……,
그리고 돌아보면, 거기에 나는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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