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4 호

詩가 있는 窓 103 - 변환變換을 꿈꾸며

 

 

 

박윤규

 

점등 시간
77번 좌석버스를 탔다
나는 페루에 가는 것이다
시드는 화환처럼 해가 진다
바람은 저녁 내내 창 유리의 흰 페인트를 벗겨내고 있다
이른 산책의 별이 하나 비닐 봉지처럼 떴다
허공에 걸려 있는 푸른 풍금 소리들
나를 미행하는 이 깡마른 적막도
끝내 페루까지 同行하리라
철망 위에 앉아 우는 새
새의 울음 속에 등불이 하나 내어걸린다
페루의 유일한 저녁 불빛
밤새 파도들은 불빛으로
낮게 포복해 몰려와 몸을 씻고 있다
불빛을 따라간 한 목숨을 씻어주고 있다
나는 내내 페루에 가고 있는 것이다
          장석남,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전문

 

어딘지도 모르면서 나는 그곳에 가는 중이다. 그냥 눈물이 나서…… 이대로는 자꾸 눈물이 나서 나는 페루에 가는 중이다. 거기는 아마 이 세상의 막다른 끝. 지친 내 몸을 눕혀 나는 오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아침이 오지 않는 곳. 그리고 아무도 그립지 않을 것이다.
그냥 시내버스를 탔다. 거기 가려고. 막차! 다행이다.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나면, 그래서 어디로든 자꾸 흘러가면 반드시 그곳에 닿으리라. 돌부리 풀뿌리를 헤치고 온몸을 긁히면서 그러다가 간혹 별빛에 취하기도 하면서 강물은 흘러가 기어이 바다에 닿을 것이다.
이 도시에서는 더 이상 풍금소리를 들을 수 없다. 새들은 오간 데 없고, 이 도시에는 불빛이 너무 많다. 그래, 불빛 때문이다. 내 눈을 늘 부릅떠 있게 하고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문명은 내가 다른 생각에 잠기지 못하도록 나를 감시해 온 것이다. 새들은…… 저 불빛 속에 뛰어들어 당당하게 죽은 것일까. 아니라면, 다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그가 고맙다. 나를 태우고 이 늦은 밤, 서치라이트를 켜 어둠을 밀고가는 저 사내. 그의 어깨가 탄탄하다. 그는 페루에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일까.
차창을 여니 수상한 공기의 입자들이 금방 차안에 가득 퍼졌다. 이 냄새…… 끈적끈적하고도 뭔가 기울어 있는 듯한…… 어디선가 페루 냄새가 난다. 앞자리의 승객 너댓은 흔들거리며 졸고 있다. 그들도 나처럼 페루에 가는 길을 동행同行하여 나선 것일까.
그래, 어쩌면 페루에 간다 하여도 이 못돼먹은 절망은 나를 끝까지 따라붙을 지도 모른다. 그 절망이란 놈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안에서 내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내 스스로 희망을 거두고 절망을 받아들인 것이므로……, 아, 페루여.
내가 네게로 가는 것은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파도가 몰아쳐 제 몸을 바위에 두드리면서…… 그렇다고 파도가 깨어져 일생을 돌아서 버리겠는가. 혼절하고 다시 혼절하고 그러면서 솟구침을 아는 것이다. 새들이 사라진 하늘에 새처럼 솟구치고 싶은 것이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 나는 내내 페루에 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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