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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 섭(덕포2동)
그동안 이른 새벽, 운동 삼아 늘 골목길로 나가 빗질을 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고향 선산의 땅 문제로 밤늦게까지 고민을 하다가 늦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 청소 시간에 늦어 버렸다. 아차 싶어 추리닝(운동복) 바람으로 서둘러 뛰쳐나갔더니 대문 밖 대각선 저쪽에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여인 한 분이 조용히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다. 희색이 만면하다고 해야 할까. 그 여성분의 얼굴엔 생기와 여유, 그리고 온화한 웃음이 가득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 푸근할 정도였다. 너무 점잖고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그저 빗질을 멈추고 한참이나 쳐다보았는데 청소하는 얼굴에서 비치는 온화한 미소가 나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음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일찍 나가 좌우를 살펴보니 역시 그날도 당신의 앞집의 긴 담 밑에까지 깨끗이 쓸어 마무리 하신다. 그 모습에서는 은은한 도덕이 흐르고 정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저런 분과 이웃하며 사는 게 행복이구나’하는 기쁨이 찾아왔다. 그분과 내가 약간의 시차 속에 익숙한 빗질을 마치고 하루 시작의 태양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면 어김없이 청소차량이 큰길에서 골목길로 후진하다 멈춰서 신속히 깨끗한 거리를 만들고 지나간다. 그 위에 올라타고 계신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의 바쁘고 성실한 노력 덕분에 우리 이웃들이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고맙다는 뜻으로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내었다. 차가 지나간 후 골목길 바닥 쓸기를 마치고 잠시 서서 먼저 말을 꺼냈다. “맨날 아침 골목길이 너무 깨끗하기에 청소차가 벌써 다녀갔나 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먼저 나와서 빗질을 하시는 분이 계신 걸 보고 깜짝 놀랐네요. 제가 게을러진 것 같아서요.”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드렸더니, 그 여성분은 겸손해 하시면서 “아닙니다. 저도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 동네 분들 잘 모르고…. 그냥 운동 삼아 아침 청소를 좀 한 것뿐입니다. 자주 뵙겠네요”라고 하셨다. 거리가 깨끗하다 싶으면 누군가의 노력이 그곳에 깃들어 있는 게 당연지사다. 그분은 단지 자신의 건강을 위한 작은 행동이 아침 일터로 나서는 모든 동네 분들에게 상쾌한 첫발을 내딛게 할 수 있어서 그게 행복이란다. 그런 걸 모를 리 없지만 다들 나름대로 바쁜지라 일일이 내 집 앞 쓸기를 하기가 어려운 게다. 그래서 먼지를 마시며 아침 골목길 청소를 하시는 그 여성분은 더욱 아름답다. 이야기 도중에도 곧잘 미소를 띠셨다.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어째 사회에 도움 줄 만한 일을 한 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어떤 분이 우유를 돌리다가 청소하던 저를 보고 뭐라고 한줄 아세요?” “뭐라 하던가요?” “우유는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더군요….” 이건 상쾌한 덕담이었다. 그랬다. 깨끗하게 쓸린 아침 길을 밟는 주민도 기분이 좋겠지만, 그 길을 쓸어주는 당신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는 거란다. 오늘 아침도 그분 덕분에 유쾌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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