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4 호

시내버스에서 생긴 일

 

 

권 정 예(학장동)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말은 때와 장소, 쓰임새와 어투에 따라 칼날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이 되기도 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늘 버스를 타는데 얼마 전 퇴근길에 버스가 유난히 늦게 왔다. 승객들 모두 뜨거운 더위를 참으며 왜 이렇게 버스가 늦느냐고 모두 다 불만 섞인 한마디씩 할 때쯤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당도했다.
하지만 버스가 늦은 만큼 승객들이 넘쳐나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복닥거렸다. 결국 참다 못한 한 남자 승객이 운전기사를 향해 큰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 노무 버스는 왜 이렇게 늦은 거요?” 이 노무? ㅋㅋ…. 이 한마디에 그동안 참고 있던 승객들의 짜증이 약간 해소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되돌아온 말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 “차가 막히는데, 그럼 차를 메고 다니란 말이요?” 메고? ㅋㅋ…. 순간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버스가 늦은 이유를 따져 물었던 남자 승객의 반응에 모두 다 귀를 기울였다.
“막히는 걸 누가 모르나? 사람들이 전부 다 파김치가 됐잖소? 이 노무 버스 제대로 다닐 때가 없어. 시청에다 얘기해서 노선을 확 빼버리든지 해야지 원….”
헉! 이번엔 강도가 더 세다. 승객들 모두 다 운전기사분의 대꾸에 귀를 쫑긋했다.
잠시 후 “아니 이 양반아, 길은 좁고 다른 차들이 막고, 신호가 막는 걸 낸들 어찌하나? 타기 싫으면 내리면 될 거 아뇨?”
역시 컸다. 싫으면 내려서 걸어가란다. 두 사람 다 막 가고 있었다. 그래서 승객들 모두 다 이젠 서로 험악한 싸움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때 막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 멈춰 서자 그 승객 아저씨가 내리면서 한마디 던졌다. 거의 치명적인 말로. “그래, △△야~ 넌 평생 버스기사나 해×먹어라!! ××”
헉, 이건 아니었다. 버스가 늦기는 했지만 그게 어디 운전기사의 잘못인가? 버스가 늦어 화는 나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했다 싶었다. 승객들 모두 운전기사의 억울한 판정패로 결론짓고 있을 때, 다시 상상치 못한 ‘카운터펀치’가 작렬했다. 아주 나지막이.
“예, 아자씨~ 아자씨도, 평생 버스나 타고 다니쇼….”  …….
승객들은 웃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모두 다 서로의 눈만 바라보며 두 사람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두 사람 다 심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우리 언어 중 “○○나 해먹어라” “평생 ○○나 계속해라”는 말은 아주 경멸하고 무시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이다. 모두 다 집에 돌아가 편히 쉬어야 할 시간에 서로들 상처만 입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은 승객들도 맘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모두 다 우리 이웃들이다. 부산 시민들, 서로들 보듬고 이해하고 한 발짝씩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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