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3 호

詩가 있는 窓 102

꽃지는 시간이 아름답다

 

꽃 핀다고 잎이 까칠하네
꽃 진다고 새들이 까칠하네
그가 떠난다고 하얀 까마귀
날개 퍼덕이네 대나무 사이
죽순 사라지고 은방울꽃
속치마 새벽이슬 찰랑거리네
열매 열린다고
노란 노을 기웃거리네
열매 떨어진다고
하얀 안개 기웃거리네
칠성무당벌레 매니큐어 바르고 있네
자운영꽃밭에서 꽃사과 나뭇잎을 따네
비스킷처럼 생긴 나뭇잎구름 타고
공동묘지 목 짧은 기린 찾아 가네
노란 일곱 개의 별 인조손톱 찾아 가네
  --------송진, 「식물에 대한 예의」

 

                                     박 윤 규(시인)

  

꽃이 지면서, 다시는 꽃피지 말아야지, 다짐하겠는가. 꽃이 피면서, 다시는 꽃지지 말아야지, 다짐하겠는가. 네가 나를 떠났고, 내 다시는 사랑을 하지 말아야지 하던 다짐은 또 얼마나 어리석었을까. 꽃 가까이 앉아 꽃을 본다. 꽃이 피고지는 것을 본다. 그 피고짐의 사연이, 들고남의 인연들이 무수히 얽혀 나를 번다하게 하는 시간을 생각한다. 세상이 나를 판단하고 내가 세상을 저울질하던 시간들. 내 그런 젊은 날은 이제 기억에도 없다.
내가 꽃밭 언저리 낮은 담에 앉아 생각하는 잠간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 아까의 내가 아닌 것이다. 그럴 것이다. 잠시 생각을 다른 곳에 기웃거리다 보면, 조금 전 내 머리 위에 앉았던 구름이 벌써 저만큼 비켜나 있는 것이다. 내가 안고 가야하는 고통도 절망도 다 그럴 것이다. 무겁지도 않게 가볍지도 않게 살아야겠다. 나는 늘 이렇게 현재 속에 있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나를 짓누르던 그 그림자들―절망이나 고통은 현재의 것이 아닌 것이다.
아직 여름인가? 이 밤공기는 수상하여 계절을 가늠키 어렵다.


낮에 한 시인을 만났다. 열심히 살아왔고 세상일을 열심히 시로 써 왔는데, 돌아갈 집 하나 없다고 푸념했다. 가진 사람은 가진다는 것이 별 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 안다. 모든 판단의 근거는 자기 사고의 영역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옳고 그른 것은 있을지라도 맞고 틀린 것은 없다.
돌아갈 집이 없다는, 그 시인은 그러나 가장 행복한 눈빛을 보여 주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의 말이나 굼뜬 행동이 마치 노을이나 안개의 느낌, 그것이 아니라면 밤하늘에 희미하게 뜬 별과 같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산다는 일은 비워주는 것이다. 실은 제 집이 어디 있고 바람이나 햇살, 구름의, 별의 거처가 어디 있겠는가. 나뭇잎이 날리기 시작하는 계절이 왔다. 각각의 살고 싶은 생이 아니라, 그저 각각에게 주어진 생의 자리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고는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이다.
꽃의 향기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해 가는 어느 지점에서 그와 내가 눈빛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새소리도 그렇게 만났다. 내가 그를 본 것처럼 그도 나를 빤히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그도 나처럼 번다한 많은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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