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2 호

詩가 있는 窓 101 - 복사씨 같은 사랑


 


박 윤 규(시인)


아들아 너에게 광신狂信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人類의 종언終焉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美大陸에서 석유石油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都市의 피로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冥想이 아닐 거다

--------김수영,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부분

 

아들아, 아무리 어두워도 어두워진 꿈을 꾸진 말아라. 사랑은 단단한 것이다. 아무리 깨물어도 부서지지 않고, 어디 안 보이는 곳으로 멀리 던져 버리더라도 이내 그것은 통통 튀어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사랑이 우리 눈을 모두 멀게 하였어도, 그것은 우리 마음 안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또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세상에 온갖 모욕과 수치와…… 그런 것 때문에 우리 마음이 병들고, 온 세상이 도무지 깜깜하여 희망과 절망을 분간할 수 없을 때, 아들아, 부서지지 않는 단 하나의 것, 세상에는 사랑이 존재한단다.
그것 때문에 새들은 비 그친 날 나무 위에서 반짝이며 노래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사막 같은 밤길을 걸어 터벅터벅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는 것, 아들아, 사랑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겠느냐. 그 어둠 속에도 무수한 별들이 빛을 뿜어 우리의 길을 밝히고 있던 것을.
부당하게 무엇을 가지려고 했던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 것 또한 사랑이다. 무슨 무슨 힘들이 세상에는 차고 넘쳐서, 네 눈을 속이고 네 혀를 속이고, 국밥 한 그릇이 저녁내 뱃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일이 있더라도, 너는 너를 속이지 말아라. 너의 눈을 속이지 말아라. 어떤 반란의 힘보다 숭고한 것은 사랑이다. 얼마 가지 않아 너는 이 이치를 알게 될 거다.
아들아! 대견한 우리의 꿈은 어쩌면 껍데기뿐인 이 도시의 기둥에 벽에 말라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동안 가치를 두고 추구하며 살아온 어느 지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분간할 수 없는 혼돈은 마음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그에게 주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내는 일이다. 빗방울을 머금었던 나무이파리가 출렁, 하면서 다른 이파리에게 그 물기를 던져주고 있구나. 저것이다. 저것이 함께 사는 일이며 함께 사랑하는 일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도 한번씩 멈춰 설 때가 소중한 시간이다. 명상冥想은 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참으며 귀 기울이며, 내색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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