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162 호

내 이웃 같은 장애인 어린이들

이 미 경
(모라1동)


며칠 전 생신을 맞은 친정어머니께 갔을 때였다.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매주 한 차례씩 유치원의 장애아들이 모여 공도 차고 야외 활동을 하며 노는 게 보였다.
그런데 운동장 앞에는 자원봉사자 도우미를 구한다는 플래카드(현수막)가 걸려 있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돌봐야지 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요청할까 의아하게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치원 선생님에게 물었더니 엄마가 나오면 아이들이 떼를 쓰고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장애 치료에 도움이 안된다고 알려줬다.
순간 나의 무지함과 편견이 부끄러웠다.

그 다음주에 용기를 내어 그 유치원에 자원봉사 도우미를 자청했다. 아이 둘을 키워본 엄마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날 아이들과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데 언어장애로 말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녀석들의 고집은 무척 셌다.
맑은 눈에 비친 꽃과 나무와 냇물이 흐르는 세상이 너무 좋은지 천방지축 맘대로 뛰어 다녔다.
그러다가 공원을 벗어난 도로까지 달려갈 양이면 위험하다며 얼른 쫓아가서 말리는데, 아이는 바닥에 드러눕고 고집을 피웠다.

그래도 안된다고 말리면 ‘아줌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볼테요?’ 하는 표정으로 끝까지 버틴다.
맘속으로 ‘그래, 욘석아! 성질 급한 나에게 네가 인내심을 길러주는구나!’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돌아설 때까지 기다림을 배우게 되었다.
짧은 순간에 머리 속으로 내 아이들을 생각했다. 집에서는 내가 안된다는 일에 우리 애가 이렇게 고집을 피웠다간 벌써 고함을 꽥 질렀을 텐데….
앞으론 내 아이들에게도 기다려줄 줄 알고, 이해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아이들 덕분에 나도 중요한 인생공부를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온종일 요 귀여운 녀석들과 함께한 시간에 보람을 느낀다. 다음주가 기다려질 정도다.

아이들과 헤어진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앞에 택시가 한 대 섰다.
택시에서는 한 남자가 내리고 이어서 다른 여자 분이 내리는 게 보였다.
그 직후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운전기사 아저씨가 급하게 나와 뒤쪽으로 뛰어갔다.
승객의 짐을 내려주나 보다 했는데 이 기사님은 남자 승객과 여자 승객의 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팔을 잡아 부축하면서 지하철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앗!

자세히 보니 두 승객 모두 다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요즘 택시들은 장애인들을 잘 태우지도 않는데, 이 기사님은 시각장애인인 그분들을 아예 지하철 안에까지 모셔다드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 인터넷에 올릴까 생각도 했지만 나의 행동이 도리어 기사님의 순수한 선행에 누가 될까봐 참았다.

문득 오늘 나의 자원봉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님의 행동은 이미 몸에 익은 봉사활동 같았다.
시간을 짬 내어 도우미로 나섰던 나와 다르게 자기의 영업시간을 축내면서까지 장애인 손님을 내려주신 택시 기사님. 정말 존경스러웠다.
번번이 느끼는 일이지만 봉사는 그걸 받는 사람보다 실천하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한 것 같다.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아 가지고 돌아오는 길 내내 달콤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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